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마 방금 커피 총무를 떠맡았을 겁니다. 자원한 사람은 거의 없으니, 얼떨결에 받았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만 미리 말해 두려고 합니다.
첫째, 당신의 일은 돈을 걷는 게 아닙니다.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돈을 걷으려 들면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사람을 상대하면 지칩니다. 기록을 남기면 숫자를 상대하게 되고, 숫자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둘째, 통장을 따로 만드세요. 지금 당장이요. 생활비 통장에 커피값이 섞이는 순간부터 연말에 후회합니다. 저는 첫해에 11만 원이 어디로 갔는지 끝내 못 찾았습니다. 그 돈이 제 밥값이었는지 팀 커피값이었는지 구분이 안 됐거든요.
셋째, 독촉하지 마세요. 알림이 하게 두세요. "저기, 커피값…" 하고 말을 꺼내는 순간 당신은 돈 받는 사람이 됩니다. 잔액이 부족하면 앱이 알려주고, 충전 신청이 오면 확인만 하세요.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 입에서 나오면 독촉이고 화면에 뜨면 안내입니다.
넷째, 월말에 10분만 쓰세요. 통장 잔액과 장부 합계를 비교하는 10분. 맞으면 끝이고, 안 맞으면 그 달 안에 찾으세요. 석 달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다섯째, 당신도 팀원입니다. 총무라서 커피값을 더 내거나 덜 마실 이유는 없습니다. 누가 쏠지 정하는 게임에도 똑같이 참여하세요. 그리고 걸리면 똑같이 억울해하세요.
마지막으로, 이 역할은 언젠가 다음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그때 넘겨줄 것은 통장과 비밀번호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한 장짜리 메모입니다. 이 편지가 그 메모의 초안이 되면 좋겠습니다.
숫자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전임 총무 드림